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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은 특정 교과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배움의 출발점이며, 사회를 이해하고 참여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역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문해력을 ‘국어 성적’이나 ‘독서량’의 문제로 축소해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식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뿐 아니라, 필요한 대응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된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변화 중 하나는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증가다. 교과서 문장을 해석하지 못해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하고, 과학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며, 사회 현상을 연결하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국회의원은 16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문해력 향상과 인문 소양 제고를 위한 교육 방안 모색」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전국한문과교수협의회가 공동주최하고, 한국한문교육학회와 단국대 한문교육연구소가 후원했다. 교육기관 관계자와 교강사 등 40여 명이 참석해 열띤 논의를 펼쳤다. 이번 간담회는 학생의 문해력 증진을 위한 실효성 있는 교육 방안을 논의하고, 그 방법의 하나로 한자 및 한문 교육을 통한 인문 소양 강화를 주제로 삼았다. 참석자들은 발제와 토론을 통해 한국어 교육에서의 한자교육, 초중등 교육 과정에 필요한 기초 어휘, 교육 과정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발제는 마크 피터슨(Mark Peterson) 브리검영대 명예교수가 ‘한국어 교육에서 한자교육의 필요성과 방법’을, 신명선 인하대학교 교수가 ‘문해력과 사고도구어(교과서‧학습 기초어휘) 교육’을, 김우정 단국대학교 교수가 ‘한자교육에 대한 인식 전환과 국가 차원의 활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피터슨 교수는 미국 대학에서 34년 동안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어 습득의 핵심 요소로 한자교육을 강조해왔다며 경험을 나눴다. 특히 한자 학습과 관련해 “한국어 구사 능력을 완벽히 다지고, 자기표현과 작문 능력, 모든 차원의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하는 데 있어 학생들에게 어떤 독보적인 이점을 제공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명선 인하대 교수는 교과 학습 과정에서 학생이 꼭 배워야 할 ‘사고도구어’를 주제로 발제했다. 신 교수는 교과서에 있는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기 위한 필수 어휘인 사고도구어가 최소 1400여 개가량이라며, 미국 공통핵심교육과정(CCSS)에서도 학습용 어휘를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교과서 용어를 익히는 과정이 학생의 학업 능력뿐 아니라 수업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전북교육청에서 만든 초등어휘사전, 충남교육청에서 제작한 초중고 문해력 교재 ‘온생각’을 함께 소개했다.
김우정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는 문해력이 “특정 교과 차원이 아닌 기초학력에 속하는 문제”라며 “한자교육 포함한 문해력 향상은 전반적인 인문 소양을 제고하고 문화강국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문해력 향상을 위해 “정부, 국회, 언론, 교육청 등 각계와 교과 간 벽을 허물고 지혜를 짜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토론에서는 남수극 성북초등학교 교장, 오주학 제물포고등학교 교사, 이현일 성균관대학교 교수, 김대희 원광대학교 교수가 참여해 학교 현장과 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오주학 교사는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한 학기만이라도 기초 개념어 교육을 보장해, 아이들이 스스로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문해력 안전망을 국가가 구축해야 한다”이라는 의견을 냈다. 김대희 교수는“소수의 교양 함양이 아니라 다수 민주시민이 정보를 비판적으로 습득하는 ‘보편적 문해력’ 향상을 위해 공교육이 복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혁 의원은 “문해력은 단순한 읽기 능력을 넘어 사고력과 판단력의 기반”이라며 “특히 간담회를 통해 교육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도출하고, 정부 부처와 국회, 그리고 교육계가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학습 부진이 아니라 기초학력의 붕괴 신호다. 문해력은 국어 교과에 국한된 능력이 아니라, 모든 교과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초가 가정이나 개인의 노력에만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부모의 교육 수준, 가정의 독서 환경, 사교육 접근성에 따라 문해력 격차는 빠르게 벌어진다. 결국 문해력은 개인의 능력 차이를 넘어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해력을 특정 교사의 책임이나 학교의 노력만으로 해결하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이제는 국가 차원의 ‘문해력 안전망’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독서 교육을 강화하는 차원이 아니라,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해 수준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한 시점에 개입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의미한다. 기초 문해력 진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학습 결손이 발견되면 즉각적인 보충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특히 초등 저학년 단계에서의 조기 개입은 이후 학습 격차를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문해력 교육은 교과 간 경계를 넘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수학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 과학 개념을 해석하는 능력, 사회 자료를 분석하는 능력 모두가 문해력의 확장된 형태다.
따라서 모든 교사가 ‘읽기와 이해’를 가르치는 주체가 되어야 하며, 이를 지원하는 연수와 교육과정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 디지털 환경 역시 중요한 변수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긴 글을 읽고 구조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단순히 종이책 읽기를 강조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문해력을 포함한 새로운 읽기 교육 전략이 필요하다.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까지 포함해야 진정한 문해력이라 할 수 있다.
문해력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도 직결된다.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시민이 늘어날수록, 민주주의의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가짜 뉴스에 쉽게 휘둘리고, 복잡한 사회 문제를 단순한 구호로만 받아들이게 된다면, 건강한 공론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문해력은 더 이상 개인의 노력이나 학교의 책임으로만 남겨둘 수 없다. 국가가 나서서 최소한의 학습 안전망을 구축하고, 모든 학생이 기본적인 이해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첫걸음이며,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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