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우리 의료체계가 직면한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인력의 불균형이다. 대형 병원과 수도권에는 의료 자원이 집중되는 반면,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니어 의사의 활용과 지역 필수의사 확충, 그리고 원격협진의 제도적 지원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도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기획예산처와 보건복지부는 17일 강원 평창군 보건의료원 및 보건지소를 방문하여 공중보건의사(공보의) 감소에 따른 대응 현황과 2026년 추경예산에 반영된 주요 사업의 집행계획을 점검하고, 지역주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현장 목소리를 청취했다. 의정갈등에 따른 전공의 수련 공백 등 영향으로 올해 신규 공보의 편입 인원이 급감하면서, 기존 인력의 복무가 만료되는 4월 말부터는 다수의 보건지소에 공보의 배치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른 지역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추경예산에서 기본 진료행위가 가능한 보건진료인력 150명을 현장에 즉시 투입하기 위한 지원사업 신설, 숙련된 전문의를 활용하는 시니어의사 사업 20명 추가, 지역 의료기관과 장기 계약에 기반한 지역필수의사 사업 132명 추가 등 지원 인원을 확대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먼저 시니어의사가 근무 중인 평창 보건의료원을 방문하여 안정적 진료여건 조성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지역 1차의료 지원의 핵심은 고도화된 시설·장비보다 의료인력의 유무에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시니어·지역필수의사 유입 지원과 순회진료 등 지역 보건의료 네트워크 강화 방안을 집중 검토했다.
이어서 이번 추경을 통해 보건진료전담공무원 투입을 준비 중인 방림보건지소를 찾아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강원도는 지역 주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공보의 공백이 발생하는 즉시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책임의료기관과 원격협진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자체 추경을 통한 지방비 마련 이전이라도 확보된 국비를 우선 집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며, 의료현장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현장방문 점검 결과 및 의견 청취 내용을 토대로 관계부처와 함께 필요한 재정지원 및 제도개선 방안을 계속 검토할 계획이다.
남경철 복지안전예산심의관은 "공보의 감소가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적 사안인 만큼, 내년 신설될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 등을 통해 시니어의사·지역필수의사 확충과 원격협진 등 지원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지역 필수의료의 근본적 자생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연 130조 원 규모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이 필수인 만큼, 관계부처와 협력하여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시니어 의사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 고령화로 인해 은퇴 연령에 도달한 의사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숙련된 임상 경험은 여전히 의료 현장에서 중요한 자산이다. 단순히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교육·자문·협진 중심의 역할로 체계적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특히 지역 의료기관에서는 시니어 의사가 후배 의료진을 지원하고 진료의 질을 유지하는 핵심 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근무 형태의 유연화, 책임 범위의 명확화, 그리고 적절한 보상 체계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역 필수의사 확충 역시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한 인센티브 제공만으로는 의료 인력의 지역 편중을 해소하기 어렵다. 근무 환경, 교육 기회, 생활 여건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는 업무 강도와 법적 부담이 큰 만큼, 안정적인 근무 여건과 법적 보호 장치가 병행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인력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잠시 머무는 자리’가 아니라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원격협진은 이러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고, 전문 의료진의 지식을 보다 넓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원격협진은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고, 법적·제도적 기반도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수가 체계의 명확화, 의료 책임 소재 규정, 개인정보 보호 기준 강화 등 제도적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문제는 제도와 신뢰다.
결국 세 가지 과제는 서로 분리된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어야 한다. 시니어 의사는 원격협진을 통해 지역 의료를 지원하고, 지역 필수의사는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하며, 원격협진은 이를 기술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정책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제 정책의 초점은 ‘얼마나 빠르게 도입할 것인가’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 단기적 성과에 집중한 접근은 결국 또 다른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 의료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영역인 만큼, 무엇보다 신중하고 지속 가능한 설계가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구조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정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칼럼 관련기사목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