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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 법적 지원과 통합체계 구축이 관건이다

김창석 국장 | 기사입력 2026/04/17 [17:47]

[칼럼]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 법적 지원과 통합체계 구축이 관건이다

김창석 국장 | 입력 : 2026/04/17 [17:47]

 

최근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우울, 불안, 자해와 자살 위험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위기청소년에 대한 실질적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응은 여전히 분절적이며, 제도적 공백 또한 적지 않다. 이제는 법적 기반 위에 통합적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임미애 국회의원이 우울·자살충동·중독 등 정신건강 위기를 겪는 청소년을 법적 지원 대상에 명시하고 예방부터 조기 발견, 회복까지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의청소년복지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위기청소년이 되기 전에 조기에 발굴하여 예방하고 학교 안팎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에게도 지원이 닿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취지다.

 

주요 내용은 법 목적에 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 성장과 자립 도모, 위기청소년 보호·지원 명시, 심리적·정신적 문제로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위기청소년 범주에 추가, 실태조사 대상 확대 위기,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청소년 정신건강 지원 근거 신설, 청소년 통합지원정보시스템 구축·운영 의무화, 청소년상담복지센터·복지시설 내 정신건강전문요원 배치 의무화 등이다.

 

또 성평등가족부가 주관하는 정신건강 지원체계를 법에 신설한다. 성평등가족부장관이 정신건강 선별검사·전문 심리상담·의료서비스 연계·맞춤형 사례관리를 포함한 표준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교육부·보건복지부와 사전 협의하여 관련 기관에 제공하도록 의무화한다. 이를 통해 학교 안팎을 가리지 않고 위기청소년을 조기에 발굴하고 연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처 간 협력 구조를 만든다.

 

임미애 의원은 심리적·정서적 위기로 학교를 떠나거나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지만, 지원체계가 보건복지부·교육부·성평등가족부로 분산되어 있어 어디에 소속되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들이 제때 지원을 받지 못하면 고립·은둔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미래 세대의 건강과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시기의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이번 개정이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 학교 안팎의 청소년에게 통합적 지원이 닿을 수 있는 첫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는 수치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임미애 의원실이 국가데이터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10대 청소년 자살자는 372명이고 자살시도자는 4,633명이다. 자해·자살시도자까지 포함하면 연간 3만 명이 넘는 청소년이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정신 및 행동장애를 진료받은 아동·청소년 환자는 2021년 약 26만 명에서 2025년 약 425천 명으로 4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우선 현행 청소년 정신건강 지원은 교육, 복지, 의료, 사법 영역으로 나뉘어 각기 운영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상담교사와 위(Wee) 클래스가 초기 개입을 담당하고, 지역사회에서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이들 기관 간 정보 공유와 연계는 제한적이며,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일관된 개입이 이뤄지기 어렵다. 특히 자해나 자살 위험이 있는 고위험군 청소년의 경우, 발견 이후 치료와 보호까지 이어지는 연속적 개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법적 지원의 미비도 문제다. 위기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하기 위한 법적 근거는 일부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보호자 동의, 기관 간 책임소재 문제 등으로 인해 적극적인 개입이 제한된다. 예컨대 학교가 위험 신호를 포착하더라도 의료기관이나 복지기관과의 정보 연계가 원활하지 않아 적절한 치료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된다. 이는 결국 알고도 개입하지 못하는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따라서 위기청소년 지원을 위한 법적 프레임워크의 정비가 필요하다. 첫째, 고위험군 청소년에 한해 제한적이고 엄격한 조건 아래 정보 공유를 허용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둘째, 보호자 동의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긴급 개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예외 규정이 필요하다. 현실에서는 보호자의 무관심이나 거부가 개입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통합 지원체계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단순히 기관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각 기관이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컨트롤타워역할을 수행할 전담기구가 필요하다. 이 기구는 위기청소년 사례를 총괄 관리하며, 학교-상담-의료-복지-사법을 아우르는 맞춤형 개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나아가 데이터 기반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위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개입 이후의 경과까지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현장 인력의 전문성과 권한 강화도 중요하다. 상담교사, 사회복지사, 정신건강 전문요원 등이 위기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법적 보호와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현재는 책임 부담에 비해 권한이 부족해 소극적 대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제도의 문제이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정신건강 문제는 갑작스럽게 발생하기보다 누적된 신호 속에서 드러난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정기적인 정신건강 선별검사와 상담을 강화하고,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개인정보와 낙인 문제를 최소화하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청소년은 사회의 미래이자 현재의 구성원이다. 그들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과제다. 이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따지는 단계를 넘어 어떻게 함께 책임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법적 지원과 통합적 시스템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위기청소년을 놓치지 않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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