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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는 더 이상 개인의 부주의나 정보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복잡한 권리관계, 불투명한 정보 구조,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목받는 해법이 바로 AI 기반 권리분석이다. 기술은 과연 전세사기의 위험을 사전에 ‘완벽히’ 차단할 수 있을까. 우선 권리분석이란 부동산의 소유권, 근저당, 가압류, 전세권 등 다양한 권리 관계를 확인해 임차인의 보증금이 안전한지 판단하는 과정이다.
경기도는 전세사기 등 부동산 거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올 하반기 도입을 앞둔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의 공식 명칭을 ‘경기 부동산 거래 안전망(GRTS·Gyeonggi Real -estate Transaction Safety)’으로 최종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명칭은 올해 3월 도민과 도내 공인중개사, 공무원 등 총 659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283명(42.9%)의 최다 득표를 기록하며 결정됐다. ‘부동산 거래’와 ‘안전망’이라는 핵심 단어를 직관적으로 결합해 복잡한 권리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워 사기 피해에 노출되던 도민들에게 든든한 보호막을 제공하겠다는 사업의 근본 목적을 명확히 담아냈다.
‘경기 부동산 거래 안전망’은 단지 집 주소만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등기부, 건축물대장, 시세 등 공공 데이터와 임대인 동의 기반의 민간 데이터를 연계해 거래 전 과정의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자동 분석해 주는 시스템이다. 계약 전에는 안전도를 진단하고 계약 후에는 등기부 변동 사항을 즉시 알려서 임차인이 복잡한 서류를 일일이 대조하며 겪어야 했던 진통과 불안감을 획기적으로 덜어준다. 도는 오는 6월 30일까지 해당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올 하반기 서비스를 시작해 사업의 브랜드 정체성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
특히 현재 공인중개사들과 협력해 추진 중인 ‘경기 안전전세 프로젝트’와 새로운 시스템을 빈틈없이 연계하고, 각 시군 및 유관기관과 협력해 실효성 있는 현장 중심의 지원 체계를 안착시킬 방침이다. 앞서 도는 지난해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한 ‘디지털 기반 사회현안 해결 프로젝트’ 공모에서 ‘AI 기반 거래 안전망 솔루션 구축사업’이 최종 선정돼 총사업비 14억 원(국비 12억 원, 도비 2억 원)을 확보했다고 솔루션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손임성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은 “이번에 도민의 손으로 직접 선정된 ‘경기 부동산 거래 안전망’은 누구나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 향후 도내 부동산 거래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인공지능 기반의 촘촘한 권리분석을 통해 전세사기 위험을 사전에 완벽히 차단하고, 도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공인중개사나 법무사의 경험과 수작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 과정에서 누락이나 오판의 가능성이 존재했다.
특히 다가구주택이나 복잡한 채권 구조가 얽힌 경우 일반 임차인이 이를 정확히 이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AI는 이 지점에서 강력한 도구로 작용한다. 대량의 등기 데이터, 거래 이력, 지역별 시세, 체납 정보 등을 빠르게 분석해 위험 요소를 자동으로 탐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일 건물 내 다수의 전세 계약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금액으로 체결되었거나, 집주인의 채무 비율이 위험 수준을 초과한 경우 즉각적인 경고를 제공할 수 있다. 인간이 놓치기 쉬운 패턴을 기계는 통계적으로 포착해내는 것이다.
또한 AI는 ‘속도’와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기존 방식과 차별화된다. 과거에는 권리분석에 시간과 비용이 들었지만, 이제는 모바일 기반 서비스로 누구나 몇 분 내에 기본적인 리스크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임차인이 보다 주체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완벽한 차단’이라는 표현은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 AI는 데이터에 기반해 작동하기 때문에, 입력되지 않은 정보나 의도적으로 은폐된 사실까지 완벽히 걸러내기는 매우 어렵다.
예컨대 계약 직전 설정되는 신규 근저당이나, 비공식적인 채무 관계 등은 기술만으로 탐지하기 쉽지 않다. 결국 AI는 ‘절대적 해결책’이 아니라 ‘강력한 보조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AI와 인간 전문가의 협업이다. AI가 1차적으로 위험을 스크리닝하고, 공인중개사나 법률 전문가가 이를 최종 검증하는 구조가 구축된다면 전세사기 예방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여기에 정부의 데이터 개방 확대와 제도적 보완까지 더해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안전한 임대차 시장이 가능해질 것이다.
결국 전세사기 문제의 본질은 ‘정보의 불균형’이다. AI 기반 권리분석은 이 불균형을 해소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답 중 하나다. 완벽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수단임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보완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과 제도, 그리고 개인의 경각심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전세사기로부터 안전한 사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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